더본코리아가 울란바토르에 홍콩반점을 연 날

더본코리아가 울란바토르에 홍콩반점을 연 날
몽골에서 짜장면을 시켜먹는 사람들

오래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습니다. 새로운 가게가 동네에 들어설 때, 그 가게가 얼마나 버티는지는 오픈 첫 주 줄이 얼마나 긴가보다 — 그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며 온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요.
2026년 5월 9일, 더본코리아가 몽골 울란바토르에 홍콩반점 1호점을 열었습니다. 오픈 직후 주문이 급증해 한시적으로 운영을 제한해야 할 정도였다고 하더군요. 저는 그 뉴스를 보면서 잠깐 멈췄습니다. 짜장면과 짬뽕 — 한국인이라면 별 생각 없이 시켜 먹는 그 음식이 울란바토르 사람들에게는 꽤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선명해졌거든요.
외국인 손님을 오래 응대해 온 입장에서, 이 장면이 그냥 "브랜드 해외 진출 성공 사례"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. 이건 음식 이야기이기도 하고,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에 끌려 국경을 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.
왜 하필 '홍콩반점'이었을까
새마을식당이 먼저 길을 놨다
더본코리아가 몽골에 처음 발을 들인 건 2023년, 새마을식당 브랜드로였습니다. 지금 현재 울란바토르에서 새마을식당은 5개점을 운영 중입니다. 3년 안에 5호점까지 낸 셈인데,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. 특히 생소한 시장에서, 외식 프랜차이즈가 리스크를 줄이면서 확장하는 교과서적인 방식 — 한 브랜드로 시장을 테스트하고, 수요가 검증되면 다음 브랜드를 얹는 구조 — 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.
홍콩반점은 그 두 번째 브랜드입니다. 더본코리아가 이 브랜드를 다음 카드로 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. 현지에서 짜장면, 짬뽕 같은 한국식 중화요리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판단이었죠. 한국 드라마,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식문화가 확산되면서 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전화기를 들고 "짜장면 하나요"를 외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본 사람들이 실제로 그 맛을 궁금해하게 된 겁니다.
울란바토르라는 시장의 무게
울란바토르는 단순한 수도가 아닙니다. 몽골 전체 인구가 약 350만 명인데, 그 중 250만 명 이상이 이 한 도시에 몰려 있습니다. 사실상 몽골의 소비 시장 전체가 이 도시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구조입니다. 식음료 브랜드 입장에서는 1호점을 울란바토르에 내는 것이 곧 몽골 시장 전체를 커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. 그래서 더본코리아가 이미 하반기 2호점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그렇게 놀랍지 않습니다.
숫자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, 더본코리아는 현재 전 세계 13개국에 15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. 몽골은 그 13개국 중 하나인데, 새마을식당 5개에 홍콩반점이 더해지며 몽골 내 포트폴리오가 두 브랜드로 늘어난 겁니다. 한 국가 안에서 복수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그 시장을 "길게 보겠다"는 선언에 가깝습니다.
한국식 중화요리라는 독특한 카테고리
짜장면은 한국 음식입니다 — 중국 음식이 아닙니다
이걸 외국 독자에게 설명하는 게 항상 재미있습니다. 홍콩반점이 파는 짜장면은 중국의 炸醬麵(작장면)에서 출발했지만, 지금 한국에서 먹는 짜장면은 완전히 다른 음식입니다. 달고, 걸쭉하고, 춘장 특유의 캐러멜 향이 주도하는 그 맛 — 중국 음식점에 가서 "짜장면"을 달라고 해도 나오지 않는 맛입니다. 19세기 말 인천 차이나타운에 정착한 화교들이 현지화하면서 만들어낸 한국만의 카테고리입니다.
짬뽕도 마찬가지입니다. 일본의 나가사키 짬뽕에서 영향을 받았지만, 지금 한국 짬뽕의 빨간 국물은 완전히 한국적인 것입니다. 그 알싸한 기름과 해물의 조합은 일본 어디서도 찾기 어렵습니다.
그러니까 홍콩반점이 울란바토르에 파는 것은 중국 음식도, 홍콩 음식도 아닙니다. 한국 사람들이 수십 년간 배달시켜 먹으면서 완성한, 한국의 대중 외식 문화 그 자체입니다.
드라마가 만들어낸 식욕
불 켜놓은 자리에서 보면, 이 현상의 실제 구동 원리가 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. 울란바토르 사람들이 짜장면을 줄 서서 먹으러 간 것은 단순히 새로운 음식이 생겨서가 아닙니다. 이미 그 음식의 이미지를 콘텐츠로 먼저 소비했기 때문입니다. 한국 드라마에서 회사원이 야근 중 짜장면 배달을 기다리는 장면, 실연당한 주인공이 혼자 짬뽕 한 그릇 앞에서 무너지는 장면 — 그런 맥락들이 쌓이면서 음식에 감정이 붙습니다. 실제로 먹어보기도 전에, 이미 그 음식이 어떤 기분일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겁니다.
이건 마케팅보다 훨씬 강한 힘입니다. 더본코리아가 홍콩반점을 들고 몽골에 들어간 타이밍은, 한류 콘텐츠가 사람들의 식욕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여 놓은 그 시점을 정확히 읽은 결과라고 봅니다.
이 확장이 말해주는 것
프랜차이즈가 문화를 운반하는 방식
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에 대한 시선은 국내에서도 꽤 복잡합니다. 골목 상권을 흡수한다는 비판부터, 한국 외식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까지 — 스펙트럼이 넓습니다. 그 논쟁은 일단 옆에 두겠습니다. 지금 이 글에서 제가 주목하는 건 조금 다른 지점입니다.
더본코리아의 해외 확장은, 음식을 통해 하나의 생활 방식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. 새마을식당이라는 이름부터가 그렇습니다. 1970년대 한국 근대화 운동의 이름을 딴 식당 브랜드가 2023년 울란바토르에 들어섰을 때, 거기 온 손님들이 그 역사적 맥락을 알고 있었을 리는 없습니다. 하지만 그 이름이 붙은 공간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, 그 사람들은 한국식 외식 문화의 어떤 한 장면 안에 잠시 들어와 있는 겁니다.
프랜차이즈는 늘 이런 식으로 작동합니다. 메뉴와 인테리어를 표준화하면서, 동시에 어떤 문화적 분위기를 통째로 수출합니다. 음식은 입에 들어가지만, 그 안에 담긴 것은 훨씬 복잡한 무언가입니다.
154개 매장이 만드는 지도
13개국 154개 매장이라는 숫자 앞에서, 저는 지도를 한 번 펴보고 싶어집니다. 각 점이 찍힌 자리에는 그 나라에서 한국 음식을 처음 먹어본 누군가의 기억이 있을 겁니다. 그 기억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각자 다르겠지만, 그 경험이 쌓이는 것 자체가 한국 식문화가 세계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. 미슐랭 별을 받은 파인 다이닝만이 문화를 전달하는 건 아닙니다. 때로는 짜장면 한 그릇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직접적으로 닿기도 하니까요.
기록을 오래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이 남습니다. 더본코리아의 글로벌 확장 지도를 들여다봐도 마찬가지입니다. 숫자 뒤에는 어느 평일 저녁 울란바토르에서 처음으로 짜장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앉은 누군가가 있습니다. 그 사람이 무슨 드라마를 보고 왔는지,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지 — 그게 결국 이 확장 이야기의 진짜 중심입니다.
그래서 이 이야기를 왜 지금 써야 했냐면
더본코리아 울란바토르 홍콩반점 소식이 처음엔 그냥 비즈니스 뉴스처럼 읽혔습니다. 그런데 오픈 직후 주문이 너무 몰려서 운영을 제한해야 했다는 대목에서, 저는 그 가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졌습니다. 그들이 짜장면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. 드라마였을까, 유튜브였을까, 아니면 한국에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였을까.
한국 사람들에게 짜장면은 너무 익숙한 나머지 거의 투명해진 음식입니다. 배달 앱에서 무심코 누르는 메뉴, 이사하는 날 당연히 시키는 것. 그런데 그게 처음인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. 오래 같은 자리에 있다 보면, 익숙한 것을 처음 보는 사람의 눈으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. 그게 이 이야기를 쓴 이유입니다.
글: Jacky — 제주·서울, KStoryWorld 운영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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